제목 |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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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두36800 보험료부과처분취소 (타) 상고기각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1. 피부양자제도에서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적극) 2.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적극)◇
1.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형식적·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행정기본법 제9조는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행정청에 헌법상 평등원칙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행정행위를 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그러한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을 통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헌법상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행정청의 행정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통해 행정청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즉 다른 대우를 받아 비교되는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를 확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러한 차별대우가 확인되면 비례의 원칙에 따라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9. 9. 선고 2018두48298 판결, 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결정,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결정 등 취지 참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매년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여야 하고(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제3항),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 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제25조 제2항).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집행하는 특수공익법인인 피고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보장의 수범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 결과 사적 단체 또는 사인의 경우 차별처우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는 것과 달리, 피고는 평등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2두56661 판결 참조).
2.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2) 피고가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확대적용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그가 직장가입자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 지침에 의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3) 이처럼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
4) 결국 피부양자제도와 관련하여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동반자 집단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피고는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3.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피고가 국민건강보험법령의 적용과 집행 그리고 피부양자 자격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평등원칙과 비례원칙에 구속된다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평등원칙은 형식적·절대적 의미의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피부양자 인정에 있어 차별적 처우는 피부양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서로 다르게 취급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다.
2)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직장가입자가 자신의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일하게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소득 및 재산요건에 부합해야 할 뿐 아니라,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보증인 2명이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령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이상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3) 그럼에도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
4)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또한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5) 나아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질병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소득에 영향을 받고 가족의 존속과 유지를 위태롭게 한다는 측면에서 소득 및 재산요건만 갖추었다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연령과 인원수에 제한 없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등 다른 가족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염려도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도 찾을 수 없다.
6)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는 저출생, 인구고령화 등과 더불어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 결합과 생활실태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경제구조의 확대 및 다각화에 따른 가계구조의 다양성과 소득요건의 중요성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40여 년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되고,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사회보험으로서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국민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인 A는 피고에게 동성 동반자인 원고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A의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는데, 이후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피고는 A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였다고 설명한 후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킨 후 원고에게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 이에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청구함
☞ 원심은, ① 이 사건 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② 원고와 A 사이에 사실혼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이 사건 처분에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실체적 하자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음.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은 착오일 뿐이고 피부양자제도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달리 취급함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음
☞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에 사전통지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처분에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의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을 수긍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
☞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①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②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③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이 있음. 그중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다수의견 중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하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동의할 수 없음
①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의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움
② 동성 동반자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음
③ 설령 배우자 외 동성 동반자까지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할 대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