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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사의 과실 존부와 의료법상 사망한 자의 비밀도 보호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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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과실 존부와 의료법상 사망한 자의 비밀도 보호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2. 형벌법규의 해석방법, 3. 구 의료법 제19조에 따라 의료인이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비밀에 사망한 사람의 비밀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1.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5도8980 판결 등 참조).
  2.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 규정의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3.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제1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의료인(제2장)의 자격과 면허(제1절)에 관하여 정하면서 의료인의 의무 중 하나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하여 법이 정한 엄격한 자격요건과 함께 의료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 한다) 제19조에서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비밀’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은 환자가 나중에 사망하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환자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점을 보더라도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고 사적 영역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의 사망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사망 후에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고 그의 생활상이 왜곡된다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람은 적어도 사망 후에 인격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자신의 생활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그러한 기대 속에서 살 수 있는 경우에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실효성 있게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형벌법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 의료법의 입법취지, 구 의료법 제19조의 문언?내용?체계?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  의사인 피고인으로부터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이후 강한 통증을 호소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상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의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피해자에게 고열, 메슥거림, 지속적인 심한 복통, 높은 백혈구 수치, 빈맥 증상 등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복막염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여 제때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구 의료법 제19조에 따라 의료인이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비밀에는 사망한 사람의 비밀도 포함되므로 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임의로 피해자의 수술 이력, 관련 사진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한 경우에도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상고기각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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