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의 성폭력범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한 발언이 공갈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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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도3794 공갈미수 (나) 파기환송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의 성폭력범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한 발언이 공갈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성폭력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모텔에서 준강간상해죄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고, 피고인은 그로부터 며칠 후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의 이러한 언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형사소송법 상 고소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또는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이 범죄피해자의 고소권 행사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권리남용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갈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2. 무고죄의 판단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는 공갈죄 성립과 관련하여 정당한 권리 실현의 수단 내지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나아가 고소인의 그러한 언행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당연히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3.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각각 제출되었고 그것들이 함부로 배척하기 어려운 나름의 합리성을 갖춘 상황이라면,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고소사실에 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고, 동시에 피고인이 고소권의 행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처럼 해악의 고지를 한 것이 공갈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하여도 증명책임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즉, 피고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위 공갈죄 판단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 피고인이 피해자와 모텔에 투숙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상해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형사고소를 하였으나 불송치(혐의없음) 결정되었는데, 고소 제기 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준강간상해 피해를 주장하면서 “나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주면 조용히 끝내겠다. 합의금을 안 주면 남자친구인 김○이 너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 김○이 칼을 품고 다닌다. 칼부림이 난다. 김○이 술 먹으면 눈깔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이하 ‘이 사건 발언’) 등으로 해악을 고지하고 피해자에게 5,000만 원 상당 합의금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는 공갈미수로 기소된 사안임
☞ 원심은 준강간상해 혐의를 부인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해악을 고지하여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준강간상해죄에 대한 고소권 행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상해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되고, ② 피고인이 피해자를 준강간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송치 결정을 하였는데, 그렇다고 하여 피해자의 준강간상해 혐의에 관하여 무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더욱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죄로 고소한 바도 없어 준강간상해에 관한 피고인의 고소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판단․확정된 것이 아님에도 원심이 준강간상해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이를 부인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성관계를 비롯한 성적 접촉에 관한 동의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발언이 공갈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한 것은 공갈죄에서의 유죄인정의 증명책임에 반하며, ③ 피고인으로서는 준강간상해의 범죄 피해자로서 자신을 인식하며 피해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나 주변 상황 등에 대한 다소의 과장이나 강조가 있다고 하여 이를 섣불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권리의 행사라거나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