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피고인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없어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이루어진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의 집행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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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16111 성폭력범죄자의성충동약물치료에관한법률위반 (다) 파기환송
[피고인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없어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이루어진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의 집행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건]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5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의 목적과 기능 및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준수사항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성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여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치료명령에 의하여 약물투여가 되면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성적 욕구나 행위까지도 억제될 수 있고, 이는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을 제한한다.
헌법재판소는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에 대하여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원칙적으로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나, 장기형이 선고되는 경우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어 집행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치료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가9 결정).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경우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집행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제도를 합헌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로 보아야 한다.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시한 내인 2017. 12. 19. 법률 제15254호로 개정되어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심리ㆍ판단하도록 하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를 신설하였는데(같은 법 제8조의2), 그 부칙 제3조는 신설된 집행면제 관련 규정은 개정법 시행 전에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입법시한 이후 치료명령이 집행되는데도 개선입법에 따른 면제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앞서 본 헌법 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그 집행에 대한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법원이 치료대상자의 면제신청에 따라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치료대상자의 심리상태가 어떠한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치료대상자가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하여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를 강제할 필요성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 피고인이 성충동약물치료법에 따른 1년간의 치료명령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집행에 불응하여 성충동약물치료법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복역한 후 그 무렵 재개된 치료명령의 집행에 다시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치료명령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 면제신청 기간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