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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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다224645(본소), 2024다224652(반소) 용역비(본소), 용역비(반소) (바) 파기환송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건]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전략적 업무제휴 및 공동사업 계약’이 동업계약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이견이 없는데도, 쌍방이 동업계약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의한 계약 종료를 주장하면서 서로를 상대로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에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또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765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 등 참조).
2. 동업계약과 같은 조합계약에서는 조합의 해산청구를 하거나 조합으로부터 탈퇴를 하거나 또는 다른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을 뿐이지 일반계약에서처럼 조합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상대방에게 그로 인한 원상회복의 의무를 부담지울 수는 없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4다71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법 제716조에 의한 조합의 탈퇴라 함은 특정 조합원이 장래에 향하여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이 경우 조합 자체는 나머지 조합원에 의해 동일성을 유지하며 존속하는 것이므로 결국 탈퇴는 잔존 조합원이 동업사업을 계속 유지․존속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 반면, 민법 제720조에 의한 조합의 해산청구는 조합이 소멸하기 위하여 그의 목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중지하고, 조합재산을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 당사자 간의 불화․대립으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깨어지고 특정 조합원의 탈퇴나 제명으로도 조합업무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특정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에게 해지통고를 한 것이라면 이는 조합의 소멸을 동반하는 조합의 해산청구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4다46268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48370, 48387 판결 등 참조).
☞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 등과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임대관리 시스템의 개발 등에 관한 전략적 업무제휴 및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계약’),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피고를 상대로 원상회복, 위약벌 또는 위약금으로서 미지급 개발 인건비를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주장과 같은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이 사건 계약이 합의해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지급 개발 인건비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함
☞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조합계약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의 본소청구를 조합계약 해산에 따른 정산청구로 선해하되, 계약 문언에도 불구하고 정산관계에 비추어 보면 미지급금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에 관하여는 조합계약에서 허용되지 않는 원상회복청구라는 이유로 반소청구를 기각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와 피고가 한편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동업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업계약과 같은 조합계약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의한 계약 종료를 주장하며 그에 따른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것은,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이 동업계약으로서 조합계약에 해당하는지, 만일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가 각각 주장하는 이 사건 계약의 종료원인이 조합원 지위의 상실 또는 조합의 해산 중 어느 것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법률효과는 어떠한지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거나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었어야 하는데도, 원심이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당사자에게 만연히 ‘이 사건 계약은 조합계약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조합은 원고의 해산청구에 의해 해산되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의 판단에는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관점에 기초한 뜻밖의 재판을 한 것이라고 보아, 원고의 본소청구와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