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는지,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지 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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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그42 승계집행문부여에대한이의 (바) 파기환송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는지,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지 여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상속인(= 배우자 단독상속)◇
1.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되는 특별한 상속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상속에 관한 구 관습도 배우자가 일정한 경우에 단독상속인이 되었을 뿐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보면, 구 관습이 적용될 때는 물론이고 제정 민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
2. 민법의 문언 및 체계적․논리적 해석
민법 제1000조부터 제1043조까지 각각의 조문에서 규정하는 ‘상속인’은 모두 동일한 의미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법 제1043조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역시 민법 제1000조 제2항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와 동일한 의미로서 같은 항의 ‘공동상속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공동상속인에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여러 명의 자녀들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법률효과를 본다.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일부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민법 제1043조에 따라 그 상속포기자인 자녀의 상속분이 배우자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에게 귀속된다. 이와 동일하게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은 남아 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
이에 비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3.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많을 경우 상속포기자의 의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위와 같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리라는 점을 예상하기도 어렵다.
4. 실무상 문제
종래 판례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 이후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다시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실무례가 많이 발견된다. 결국 공동상속인들의 의사에 따라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으로 남게 되는 동일한 결과가 되지만,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
5. 판례 변경의 타당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민법 조문의 문언 및 체계적ㆍ논리적 해석, 채무상속에서 상속포기자의 의사, 실무상 문제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망인 사망 후 망인의 아내는 상속한정승인을 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망인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피신청인이 망인의 손자녀인 신청인들과 망인의 아내에게 위 판결에 기한 채무가 공동상속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고, 이에 대해 신청인들이 자신들은 망인의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사안임
☞ 원심은, 종래 판례(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에게 손자녀가 있으면 배우자가 그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이유로 신청인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음
☞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민법 조문의 문언 및 체계적ㆍ논리적 해석, 채무상속에서 상속포기자의 의사, 실무상 문제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종래 판례를 변경하고 종래 판례에 따른 원심을 파기·환송함
☞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➀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➁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음
☞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우리 민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에게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 직계비속과 공동상속인이 되고(제1000조, 제1003조), 직계비속인 손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상속포기의 소급효에 따라 자녀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손자녀와 공동상속인이 됨(제1042조)
- 따라서 상속포기자의 상속분 귀속에 관한 민법 제1043조는 상속인 결정 및 상속포기의 소급효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함. 즉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상속인은 민법 제1000조, 제1003조 등에 따라 정해지는 상속인을 의미하고,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은 위와 같이 종국적으로 정해진 상속인의 상속분이 민법 제1009조에서 정한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산정되도록 해당 상속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함
-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의 진정한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는 외부에서 쉽게 알 수 없으므로, 상속포기의 효력은 법률에 규정된 대로만 인정하여야 하고, 상속인의 의사와 목적을 고려하여 상속포기의 효력을 정할 수는 없으며, 상속순위와 상속인 결정의 원칙도 당사자의 의사로 변경할 수 없음
- 우리 민법은 여러 제도를 통해 상속채무를 승계하는 상속인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으므로, 상속채무를 승계하는 상속인의 보호 문제는 종래 판례를 변경할 이유가 되지 못함
- 종래 판례가 선고된 후 그 판결에 따라 공동상속이 이루어진다는 전제에서 오랫동안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왔음. 종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이와 같이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