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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약속어음 부도낸 경우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형사처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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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어음 부도낸 경우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형사처벌의 한계

저는 타올제조판매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타올도매업을 하는 갑에게 타올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는데 갑은 처음 6개월간은 제대로 대금결제를 해 주다가 나중 3개월간에는 물건을 갑자기 많이 가져가고 물품대금으로 발행해 준 약속어음을 부도내고 말았습니다. 지금 와서 갑은 자신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물건값을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부도가 났다고 하면서 앞으로 벌어서 갚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갑을 상대로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려고 하는데 갑을 처벌하기 위하여는 고소인으로서 어떤 자료에 의하여 어떠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하는가요?

(1) 실제로 귀하와 같이 물품거래를 하다가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러한 형사고소 사건에 있어서 고소인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건이 무혐의결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소인은 자신이 실제 피해자인데 법에서 자기의 사건을 가볍게 다룬다거나 아니면 편파적인 수사를 하였기 때문에 피고소인이 처벌되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물품대금미변제로 인한 사기죄의 성립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형사처벌의 한계에 대하여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형법상 사기죄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기망행위가 있고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의 취득이 있어야 하며 피기망자의 착오와 처분행위가 있고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기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은 기망행위입니다. 기망이라 함은 널리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3) 또한 사기죄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고의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행위자는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와 처분행위, 손해의 발생과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식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기망의 고의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이 되므로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18. 10. 13. 선고, 81도1366 판결 참조). 다만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 물건을 납품받거나 변제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차용한 때에는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겠습니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218 판결 참조)

(4) 귀하의 경우 갑에게 타올을 외상으로 공급해 주었는데 처음 6개월간은 제대로 대금결제를 하다가 나중 3개월간에는 갑자기 물건을 많이 가져가고 물품대금으로 발행해 준 약속어음을 부도내고 말았다면 우선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볼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판례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형법상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모두 처벌한다고 하면 불안해서 상거래를 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채무불이행 행위는 어디까지나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그치고 채권자는 그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허위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외에 단순한 채무불이행 행위를 형사상 처벌할 수 없습니다.

(5) 문제는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간 시점에서 채무자가 외상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문제됩니다. 예를 들어 사업의 경영상태가 지극히 악화되어 만일 물건을 외상으로 더 이상 구입하게 될 경우 약속기일에 물품대금을 변제하지 못할 것이 명백하게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숨긴 채 물건을 외상으로 공급받은 후 물품대금을 변제하지 않았다면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으며 객관적인 구성요건에도 해당된다고 할 것입니다.

(6)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처음에는 물건값을 제대로 변제하여 신용을 얻은 다음 어느 단계에 가서는 그러한 신용을 근거로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받아 이를 싸게 덤핑처분하여 거액을 챙기고 도주하는 악의적인 사기행위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피고소인이 아무리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장사를 하다가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도를 맞았고 장사가 잘 안 되어 물건값을 못갚았다고 변명하면 사기죄로 처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7) 귀하의 경우에는 갑으로부터 실제 많은 피해를 보았으므로 매우 억울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생각하여 어떻게 하면 갑의 사기의 범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인지 연구하여야 합니다. 귀하는 우선 갑이 가져간 물품대금을 처음 6개월과 나중의 3개월 간에 얼마만한 차이가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갑이 나중에 갑자기 많은 물건을 가져가서 어디에 어떠한 방법으로 판매하거나 처분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또한 갑이 자신도 부도를 맞았다고 하면 누구로부터 어떠한 거래를 하다가 얼마만한 부도를 맞았는지를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되었고 더 이상 귀하로부터 물건을 가져가면 대금변제를 못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8) 대체로 피고소인들은 두리뭉실 장사가 잘 안 되어 빚을 못 갚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안 갚을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돈을 벌면 모두 갚겠다는 식으로 완강하게 사기죄의 성립을 부인할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고소인들은 자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않았으니까 처음부터 떼어먹을 생각이었다는 식으로 별다른 근거 없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막연하게 사기죄가 된다고 주장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충분한 사기의 범의를 입증하도록 노력하면 갑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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