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도주운전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상해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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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도주운전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상해의 의미
저는 어느 날 새벽 1시경 본인 소유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전방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 갑이 운전하는 영업용 택시를 들이받아서 갑으로 하여금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통증상을 입게 하고 피해차량을 수리비로 금 20만원이 소요되도록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서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저는 갑의 상처가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저의 행위가 도주운전죄에 해당할까요? 궁금합니다.
(1)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사고는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뿐만 아니라 민사적인 피해보상의 곤란을 초래한다는 의미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인정되어 왔고 법도 이를 엄벌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고통을 당하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2) 그런데 전형적인 뺑소니사고 이외에 당황하여 일시 차량을 진행시킨 경우 또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매우 경미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뺑소니로 신고하여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형식적인 구성요건에 비추어 보면 뺑소니사고임에 틀림없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뺑소니사고로 처벌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 제1항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도2396 판결 참조).
(4) 귀하의 사건에서 만일 피해자인 갑이 입었다는 요추부 통증상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피해자는 아무런 치료를 받은 일이 없었다면 그와 같은 단순한 통증으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왔다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워서 이를 형법상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5) 따라서 귀하가 비록 위 사고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도주운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