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은 사회적 가치인 명예. 우리 형법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퍼뜨리는 것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걸까요? 한가지 사례로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회사에 소문난 애주가인 A씨. 술 취하면 운전대를 잡는 습관 때문에 수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았는데요. 평소 A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입사 동료 김 과장은 이런 사실을 회식 때마다 떠벌이고 다녀 A씨를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참다못한 A씨는 김 과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며 화를 냈지만 김 과장은 회사 직원들이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무슨 명예훼손이냐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퍼뜨리는 것도 명예훼손이 될까요?
우리나라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실을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게 하여 상대방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얘기했더라도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또한 그 사실은 허위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도 포함되고 소수만 간직하고 있는 숨겨진 사실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A씨 경우처럼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를 언급하여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