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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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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다281367 보험금 (바) 상고기각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사건]

 

◇1.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2.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1.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나.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는 기분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는 우울장애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의학에서는 우울한 상태란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라고 하며,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여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한다.

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매뉴얼 제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은 주요우울장애에 대해서, ①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것, ②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지, 행동, 신체적 증상을 제시하면서, ‘① 또는 ②가 포함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라고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의 증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한편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주요우울장애에서 주요우울삽화의 발병과 한 해의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규칙적인 시간관계가 있을 것 등의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라.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하여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마. 위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가.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였다(위 상법개정으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변경되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19624 판결 등 참조).

나. 이른바 단체보험에서 단체가 규약에 따라 구성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 내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만 보험증권을 교부하고, 피보험자인 구성원 개인에 대하여는 보험증권을 교부할 필요가 없다(상법 제735조의3, 제739조). 따라서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상속인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개인보험보다 보험계약의 존재와 보험계약 내용을 파악하여 보험금 청구요건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 보험약관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요건에 관하여 ‘피보험자의 고의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는 보험자가 면책되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험자의 면책사유 및 그 예외사유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주요우울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상속인은 사망 사실뿐 아니라 약관상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보험금 청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망인이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에 이르자 망인의 유가족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연관성 및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판단기준이 의학적으로 정립되어 있고,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주요우울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인과관계를 인정한 의학적 소견이 나타나 있는 이상, 구체적이고 전문적, 의학적인 근거 없이 이에 반하는 인과관계 판단을 한 원심판단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함

 

☞ 다만 대법원은 재해사망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사망시이고,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의 자살인지 여부, 망인의 보험이 단체보험이어서 보험금청구권자가 그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 등은 인정되나 그 정도만으로는 위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한 사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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